소비자물가지수 지표 변경 전후 비교

2012-04-24
McNemar 검정 소비자물가지수

1년 전에 역대 정권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후 2011년 11월에 소비자물가지수 지표가 변경된 것은 많은 분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통계청의 보도 자료를 보면 변경 이전에는 2005년의 물가를 100으로 보았을 때의 상대 값이었는데 변경 이후에는 2010년의 물가를 100으로 놓았을 때의 상대적인 값을 물가지수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 조사대상 품목 수가 489개에서 481개로 변경
  • 소비행태의 변화에 따른 품목 추가: 스마트폰 이용료, 떡볶이, 외식용 막걸리, 캠핑용품 등 43개 종목 추가
  • 탈락 및 변경 품목: 금반지, 한복, 정수기, 캠코더, 전자사전 등 21개 종목 탈락
  • 2010년 가계동향조사의 소비지출액 구성비에 따른 가중치의 재조정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을 도입해 품목별 가중치에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새 지수를 적용한 결과 이전 방식대로 계산할 때 4.4%이던 2011년 물가상승률이 4.0%로 떨어지게 됩니다. 작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의 물가상승 억제선은 보통 4%가 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성적을 매기게 되겠죠. 이번 변경 덕분에 참 이상하리만치 우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작년 물가상승률은 더도 덜도 아닌 딱 4%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도 통계청이 새 지수 적용을 11월로 앞당겨 적용해 ‘물가 꼼수’를 부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물가통계 조사방식 개편] 새 지수 앞당겨 적용 ‘꼼수’ 논란 – 서울신문

그럼 소비자물가지수 지표 변경 전과 이후의 물가지수를 좀 더 자세하게 비교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지표 변경 발표 후 국가 통계 포털e-나라지표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한 값으로 변환되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제가 작년에 글을 쓰면서 사용했던 2005년 기준을 적용한 물가지수 데이터가 남아있어서 두 값을 한 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다만 아직 변환작업이 모두 안 끝난 것인지 아니면 변환 후에도 지수의 변동이 없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2005년 이전과 2007~2009년의 소비자 물가지수(전년 같은 달 대비)의 값들은 변화가 없더군요.

위 그래프는 2003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전년 같은 달 대비)의 추이를 그려본 그래프입니다. 변경 전의 지수를 실선으로 변경 후의 지수를 점선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지표변경 후 지수가 높아진 때도 낮아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MB 정권에 들어서는 지표변경 후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아진 달이 더 많아진 듯이 보입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죠. 다음 표는 지표변경 후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한 달과 하락한 달을 세어본 것입니다. 단, 괄호 안의 %는 두 대통령의 전체 재임 기간 중 소비자물가지수에 변화가 있었던 개월 수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표변경 후 MB 정부에서 지수가 상승한 개월 수는 참여정부의 개월 수보다 그 비율이 낮고 반대로 하락한 개월 수는 참여정부보다 MB정부의 개월 수가 10% 이상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MB정부 전체의 1/4이나 하락했네요. 두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월별 소비자물가지수의 평균 변화를 보면 참여정부는 2.94에서 2.93으로 MB 정부는 3.65에서 3.56으로 변경되어 평균값으로 보아도 MB정부의 하락폭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4%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현 정부의 4% 이상인 월 수와 미만인 월 수의 변화를 세어보면 다음 표와 같습니다.

이렇게 전후 관계가 있는 데이터에 대한 통계 검정방법으로 McNemar의 검정법이 있습니다. 위 데이터를 이용해 검정을 해보면 유의확률(p-value) 0.0143으로 유의수준 5%에서 지표변경 전과 변경 후에 4% 이상인 월 수와 미만인 월 수의 변화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4%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지표변경 전의 지수와 변경 후의 지수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개편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하락 효과는 1991년 -0.3%, 1996년 -0.1%, 2001년 -0.3%, 2006년 -0.2% 등으로 이전의 개편에서도 있었다고 통계청의 보도자료는 밝히고 있습니다만 이번 개편은 유독 MB 정권 하에서의 물가지수가 혜택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2012년 3월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6%로 발표된 데 대해 실제로는 3.2%라는 민간 연구기관의 발표가 있었고, 이는 통계청의 공식 트윗 계정에서도 인정했습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하는 통계지표. 이런 지표를 이용해 목표달성 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와 보수언론을 보면 그냥 찌질하게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이상 McNemar 검정의 예제를 생각하다가 우발적으로 생각나 적어본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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